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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초당한의원 김영철 원장, 친구여! 고이 잠드소서!

김영철 원장님 고이 잠드소서!

 

 

급작스러운 친구의 비보를 접하고는 참으로 황망하였습니다. 지난봄에 발견된 혈액암 치료를 하던 중 갑자기 악화하여 그만 운명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방금 서울 병원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와 대천 장례식장에 모셔졌다고 합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친구 곁으로 달려왔습니다. 오는 내내 숨죽이고 간절 기도했습니다. 이런 일은, 절대 하느님이 주관하시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에, 나의 믿음에 흔들림이 없도록 해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잘못된 전달된 소식이고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도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 어찌 이런 일이? 한숨에 달려온 장례식장 202호실! 그 안내판에는 그 비보가 사실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친구는 이미 그 먼 길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하늘 무너지는 슬픔에 쌓인 나와는 달리 사진 속 친구는 그저 담담하게 여전히 기픔있고 넉넉한 웃음을 머금고 있습니다. 오히려 잘 있으라.’라는 눈인사를 하는 듯하였습니다.

 

우리에게 친구와 나눈 우정은 그야말로 이 세상 숨 쉬는 공기와도 같았습니다. 어찌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유명을 달리할 것을 상상이나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조금이라도 몸과 마음이 불편하여 찾을 때면 친구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성심으로 해결해주고 위로해주었지요.

 

갑작스러운 친구의 부재가 주는 공허함과 슬픔을 또 무엇으로 채우고 달랠 수 있겠습니까? 그를 잃은 우리는 지금 큰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친구는 언제나 참으로 따뜻하고 넉넉한 웃음으로 우리를 대해주었지요. 그러고 보니 친구가 한 번도 웃지 않고 우리를 대하는 것을 본 적이 없음을 그가 가고 나서야 발견했습니다.

 

친구와 우리는 세상이 혼탁하고 무엇이든 없이 살던 1957년에 태어났습니다. 닭띠 정유 생인 우리는 보령 앞바다 푸른 접역과 오성의 높은 산을 보며 함께 자랐습니다. 저 산자락과 바닷가에서 사시사철 어울렸고, 서로서로 격려하며 꿈을 키워주기도 하였습니다. 어른이 되어 친구는 몸과 마음의 병을 고쳐주는 의사가 되었습니다.

 

친구는 찾아오는 환자의 아픔 치료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하루 24시간 중 어느 시간도 마다하지 않고 그를 찾으면 한걸음에 달려오기도 하였고, 어려운 처지의 이웃 돌보기를 극진하였습니다. 한 번 연을 맺은 친구와는 가까이 이웃하거나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언제나 변함없이 한결같이 따뜻한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그가 있어 편안히 숨을 쉬는 것은 모두 친구가 참으로 따뜻한 사랑으로 또 넉넉한 베풂으로 대했기 때문입니다.

 

친구는 또 늘 우리와 우리의 가족은 물론 사회까지 건강과 안녕을 살피고 실제 치유와 도움도 베풀어 주는 데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그가 벌인 장학사업, 의료봉사, 불우이웃돕기를 어찌 흉내라도 낼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끼리 자주 하는 말이, ‘우리가 늙어 모두 저 하늘에서 부를 때 마지막 한 사람까지 영철 친구가 우리의 건강과 안녕을 챙기고, 마지막으로 친구가 떠나와서 하늘에서 만나자.’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가장 먼저 우리 곁을 떠나버리다니? 무엇이 그리 급한 일이 있었답니까?

이제 우리가 친구를 찾으려면 어찌 확인하며 살 수 있습니까? 성주산, 오서산 바람이 내리 불면 친구의 손짓인 줄 알 수 있겠습니까? 미산 월명산 산유화가 피면 친구의 웃음인 줄 알까요? 해수욕장 다보도에서 밀려오는 파도가 일렁이면 친구의 발길인 줄 알까요? 대천천 백로가 날면 친구의 마음이 가까운 줄 알까요?

 

우리는 지금 친구와 함께 어울렸던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 친구의 우정을 그리워하면서도, 친구와의 작별을 미처 준비하지 못하여 어찌할 줄 모르고 있습니다. 친구에게 한 번도 제대로 고맙다. 정말 감사하다.’라는 한마디 인사말도 제대로 못 한 것이 못내 한이 되고 있습니다. 친구는 참으로 무정합니다. 어찌 그리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갈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의 이러한 마음을 헤아려 보지도 않은 채 홀연 떠나가고 말았으니 정말 가슴이 미어지는 듯합니다.

 

이제 우리는 그 감사와 고마움을 어찌 갚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렵니다. 친구의 뜻을 기리고 친구가 꿈꿔왔던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 가꾸기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앞으로 친구의 아름다운 뜻을 펼칠 일을 차분히 생각하려고 합니다. 거기다 우리뿐만 아니라 당신 잃은 슬픔에 빠져 있는 모든 이에게 위로와 삶의 의욕을 드리고도 싶습니다.

 

우선 우리들의 슬픔보다 더 크고 한없는 고통의 나락에 빠진 가족께 감히 위로의 말씀을 여쭙니다. 기운을 내시고 그의 아름다운 뜻을 이어가는 데 매진하십시오. 친구가 내 살처럼 끔찍이도 사랑한 조 여사님! 곧 자기 꿈 이을 영식님! 늘 자랑스러워하던 영애님! 그리고 자신의 뿌리라며 효를 다하던 부모님! 그리고 부모가 이어 준 평생 친구 형제님! 감히 기운 내시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먼저 간 친구도 우리들의 이러한 뜻과 위로의 말에 동의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친구 김영철 님! 부디 편히 잠드십시오. 그리고 하늘나라에서 좋은 일 많이 하십시오. 우리가 언제 찾으면 그 옛날에 그랬듯이 넉넉한 웃음으로 반겨주길 기대합니다. 그때 꼭 만나서 지난날 서로 그리워했다고 말해주세요.

 

친구여 부디 잘 가시오. 영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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