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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완의 문화산책, 청라면 황룡리 마을기 용기2

신재완 보령시문화원장

 

전통적인 청룡이 하늘을 나는 모습

 

청라면 황룡리 마을기인 용기에 그려진 청룡은 삼국시대 이래 전통적으로 조형되어 온 전형적인 우리나라 용입니다. 뿔은 흰색으로 사슴뿔을, 머리는 낙타 머리를, 눈은 도깨비의 노란 눈을, 이마는 푸른 뱀의 머리를, 배는 지렁이의 노란 배를, 비늘은 푸른 잉어 비늘을, 발가락은 4개의 독수리 발가락을, 귀는 소의 귀를 닮았습니다. 용의 코밑에서 양쪽으로 뻗어 나간 촉각과 얼굴 사면에 달린 털이 보이기도 하고 몸통의 등 쪽으로 소박한 날개를 형상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용이 하늘을 나는 형태로 노랗고, 푸르고, 붉고, 검은 구름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용기의 활용 / 제의, 공동 노농, 마을 화합 및 오락 등

농사철에 날 가물면 비 내리기를 간절 소원하였습니다. 물의 상징 용이 그려진 용기를 들고 용연(龍淵) 앞에 나가 기우제(祈雨祭)를 지내기도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한 전통은 아주 오래되었고, 이 기우제 전통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기록되어 전해오기도 합니다. 또 벼농사 두레 날 때 마을회관 앞에 이 용기를 꽂아놓고 두레를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벼농사는 일시에 많은 노동력이 투여되어야 하기에 마을 주민들의 협동 노동이 절대 필요하였습니다. 특히 김매기 때에는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두레는 이때 많이 났기에 용기를 들이나 마을회관 마당에 꽂아놓고 함께 농사일해나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이 용기는 힘겨운 농사일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 과정에 자연스럽게 풍물도 연행되었습니다.

 

이러한 용기와 풍물은 노농의 격려 협동뿐 아니라 마을 주민의 일상과 오락에도 용기를 내세워 마을 사람들의 단합과 사기 진작에 크게 이바지하였습니다. , 정월 대보름, 백중날, 추석 등 명절날에는 어김없이 이 용기를 마을회관 앞에 꽂아놓고 풍물을 연행하였습니다. 풍물 연행에 앞서 간단하게 기고사를 지내고 걸립이나 지신밟기 등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러한 용기 세우기와 풍물 연행은 60~70년대까지 더욱 확대됐습니다. 특별한 마을 행사나 명절 때뿐 아니라 마을 내 각 가정에서 혼인, 환갑, 칠순 등 잔치 때도 풍물이 연행되었습니다. 70년대 이후 한동안 농악경연대회가 활발히 진행될 때는 이 용기와 황룡리 풍물패가 크게 쓰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이러한 용기 세우기와 풍물 연행은 점차 사라지고 2024년 현재는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입니다. 그동안 농촌에 불어닥친 새마을운동, 이촌 향도, 기계화 등 농업생산 방식의 변화로 용기를 내걸고 풍물을 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또한, 안타까운 것은 풍물의 쇠(꽹과리), , 큰북, 장구를 연행하는 기능을 가진 이를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또 있다 하여도 그 기능을 가진 이가 늙고 오랫동안 연주하지 않아 잃어버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농업 문화유산의 아름다운 전통 유지 관리 필요

용머리 주민들은 척박한 산기슭을 개간하여 옥토로 만들고 산 아래 물길에 보를 막아 농사지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부상조의 전통과 마을 정체성을 나타낸 용기를 만들어 하나로 단결하고 풍물을 연행하여 사기를 진작시켰습니다. 그러한 전통은 참으로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농업 문화유산으로 전해오고 있습니다.

 

용기의 모습은 온전하고 용기를 걸어놓고 풍물 연행하는 모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용머리 마을 사람들이 이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전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이 큰 다행입니다. 이웃 마을의 유사한 마을기 용기와 전통이 모두 사라진 것에 대비하면 황룡리 용머리 마을이 그대로 유지 간직하고 있는 것이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도 곧 사라질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본래의 모습과 전통이 사라지거나 훼손되기 전에,

 

황룡리 용기에 대하여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탐색 연구하여, 본래의 전통과 원형을 잘 정리하여야 하겠습니다.

이어 용기와 풍물을 적정 등급의 농업 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영구히 보관 관리되어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이와 관련된 기우제나 풍물 연행 등 민속 행사를 연례적으로 추진하여 농민들의 개척정신과 주민들의 상부상조 전통을 이어가야 하겠습니다.